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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정글 9기

1주차 회고: 찬찬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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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은 언젠가 무너진다

 

개발을 하면서 나는 종종 파도 앞의 모래성을 쌓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국비로 개발을 시작하고 운좋게 바로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지만, 사실 나는 프레임워크의 사용법을 익혀 그걸 단순히 키보드로 쳐내는, 개발자가 아닌 기능인에 가까웠다. 물론, 프레임워크만 잘 다뤄도 회사에서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그 프레임워크를 뛰어넘는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고의 기반이 필요한데, 나의 기반은 파도 한 방이면 사라질 수 있는 모래성처럼 불안했다. 내가 사고할 수 있는 기반이 없고, 사용하는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에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난 그런 기능인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좀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GPT가 간단히 해낼 수 있는 귀찮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항상 세종대왕의 집현전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열정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 더 큰 세상을 위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 그렇게 큰 포부를 품고 퇴사를 결심했다. 

 

벼도, 잔디도 옆 사람의 어깨만큼 큰다

 

퇴사를 하고 프로그래밍 언어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매번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달간의 공부를 통해 전보다 깊어질 수 있었지만, 여전히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언어 공부든, 프레임워크 공부든 할수록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모리가 할당이 되고, 이게 어디에 저장이 되는지 등을 외우는 것이 진정한 이해가 맞을까?

왜 그런 구조를 띄게 만들었으며,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선행된 공부를 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CS를 처음부터 시작하자니 지금의 내 나이와 상황들이 압박의 변수로 작용했고, 그러던 와중 SW정글을 알게 됐다.

 

전산학 사전지식이 없는 졸업생/직장인들을 대상으로, 5개월 간의 몰입 과정을 통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예 개발자를 길러내는 코스입니다.

 

이거다 싶어서 바로 신청하게 되었다. 난 이런 제대로 된 부트 캠프를 굉장히 동경해왔다. 뜻이 있는 사람들은 모일수록 더욱 현명해지고, 생각의 깊이도 강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역시나, 정글에 들어오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열정적인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를 체감하게 됐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다들 아침부터 새벽까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벼와 잔디는 옆 사람의 어깨만큼 자란다고 한다. 정글에서 뜻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깊어지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 사실 이미 그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고민했던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고, 그런 우리를 서포트 해주시는 운영진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일주일처럼 쓰면서 몰입의 즐거움도 함께 느끼고 있는 중이다. 정글에 도착하자마자 3일 동안 배포해본 서비스에서도, 그냥 마구잡이로 개발하지 않고, 이 환경에서 개발하는지, 이 라이브러리를 채택했는지, 그리고 이렇게 배포를 했는지 등 여러가지를 신경쓰며 개발했다. 그러면서 관련 기술 포스팅도 하나 할 수 있었는데, 암호화 알고리즘이과 로그인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써볼 예정이다.

 

https://suzyalrahala.tistory.com/104

 

Python Nginx로 배포하고 Certbot으로 HTTPS 도메인까지 연결하기(+EC2)

들어가며Nginx로 파이썬을 배포하고 Certbot을 사용하여 Https 도메인 연결을 설정하는 설명하려 합니다. 정글에서 2박3일로 진행한 유사 해커톤 서비스😅를 배포했던 방법을 정리하는 글입니다. 파

suzyalrahala.tistory.com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사람

 

개발 쪽에서 강조하는 인재 유형이 있다.

T자형 인재.

 

단순히 이것저것 조금씩 아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깊게 내린 사람이다. 정글이 끝난 후, 나는 이렇게 깊이 있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토양을 제대로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CS라는 제대로 된 토양 위에서라면 어떤 나무를 심어도 뿌리를 잘 내릴 수 있을테니 말이다.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 트렌드는 항상 변화해왔다. 깊이를 가지지 못하고 기술에만 의존하면, 과거 플래시 개발자들이 설 자리를 잃었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 앞에서 또다시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앞으로는 그 변화하는 주기가 더욱 빨라지게 될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제대로 된 토양을 만들고, 멋지고 깊은 나무들을 심어, 나만의 정원을 꾸밀 수 있는 한 분야의 장인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집현전과 같은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지 않을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깊어질 것이다. 내가 멋진 사람들과 일하고 싶은 것처럼, 멋진 사람들 역시 훌륭한 동료들과 일하고 싶을 테니까 말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맞게 자유롭게 수정하고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는 장인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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